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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와 ‘사랑‘ 중, 나는 부산이란 도시의 정서가 지극히 ‘사랑’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영화속 대사를 인용하자면 “많이 묵었다 아이가”보다는 “지랄 같네…. 사람 인연” 쪽에 훨씬 더 마음이 끌리는 것이다.

뭇 사내의 거친 야성도 결국 사랑에 함락되고, 파도에 휩쓸린다. 쓰고 지우고, 다시 쓰기를 모래 칠판 위에 많은 사람들이 숱하게반복해 왔다.

바다는 기억을 영원으로 가져갈 것이라 믿는다. 다음은 부산을 만나 풍경과 사랑에 빠진, 어떤 여인들의 구애와 고백에 관한 이야기다.





[ Sea of Love ]





Waiting for you
바다가 손짓한다. 파도가 나를 위해 먼 곳까지 마중 나왔다.

 

 




천천히

발 끝에 닿은 물이 허리를 타고 목선을 지나 머릿속으로 스며든다.

발끝부터 바다를 마주하는 건, 내가 바다를 만날 준비되었음을 알리는 작은 예의다.





안녕 바다
‘안녕 바다’라는 이름을 가진 밴드가 있다.

감미로운 어쿠스틱 사운드를연주하는 이들이다.

밴드 이름을 지을 때 바다는 그들에게 하나의 인격체였나보다.

나도 안녕, 바다하고 오랜만에 다시 만난 친구를 부르듯 다정하게 말을 걸었다.

파도 소리를 타고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우리는 오랫동안 함께 걸었다.





                         

 




[ Beautiful Memory ]



 


여기 어선들의 집은 자갈치 시장이다. 어부들이 쉬는 날 배들도 쉰다.

지금 이곳에는 바람도 몸을 숨기고 구름만이 조용히 지나갈 뿐이다.



 

포토 타임
카메라를 꺼내든 그녀는 순간을 담으려 한다.

자신만이 볼 수 있는 창고에 선명하게 기록해 두려 한다.

그녀는 이 사진을 소중하게 간직할 것이다.

가끔 들춰보며 지금 이 장면을 생생하게 추억할 것이다.

그녀가 담는 풍경에는 표정이 있다.





놓치지 말아요
해운대에서 잊지 말아야할 것 하나. 반드시 창문을 열고 드라이브를 할 것.

해질녘에도 그 원칙은 마찬가지다. 실로 많은 것들이 열린 창문을 통해 흘러 들어온다.

가끔 사이드미러로 따사로운 시선이 느껴지면 한번쯤 후진을 해보라.

조금 전 당신이 휘파람을 부르며 흘겨봤던 그녀도 당신이 사라지는 게 왠지 아쉬워 주시하고 있을런지도 모르니까.


[ Marry the night ]





Summer Festival
여름은 축제다. 해운대는 그 사실을 잊지 않는다.

날이 어둑해지면 황금빛 조명이 켜지고 그 아래로 사람들이 모여든다.

불나방처럼 모여든 사람들이 해운대의 빛이 사라지지 않도록 만든다.





등대
광안대교는 해운대에 원래 있던 것처럼 풍경이 됐다.

넓게 팔을 벌려 마치 바다를 감싸 안은 엄마 같은 모습으로.

기둥처럼 꽉 박혀 있는 광운대교는 밤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불을 밝히는 등대 역할도 한다.

 


 

달려
하루의 기억이 잘게 쪼개져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분수처럼 산산이 흩어진다.

공기를 찢으며하늘을 수놓는 폭죽이 2부 개막을 알리는 총성처럼 깊게 울려 퍼진다.

밤이 노래한다. 몸과 마음을 추스르고 새롭게 출발~

 


 

행복한 피로
새벽 공기가 서늘한 바다. 어제의 기억은 없다. 푸르스름한 기운이 세상을 감싼다. 뿌연 안개가 시야를 차단시킨다.

모든 것이 정지된 모습으로 침묵과 고요의 시간에 들어간 평화롭기 그지없는 해운대의 새벽녘. 비로소 눈이 감긴다.


 
 

 


한문희 | 사진 박병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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